Editor's Note
𝑹𝒆𝒂𝒅𝒊𝒏𝒈 𝑾𝒐𝒓𝒌𝒆𝒓는 '일을 향해 읽는 사람'을 담습니다.
메일이든, 자료든, 의중이든.
모든 일은 무언가를 읽어야
해석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다섯 번째 주인공은 헤어 디자이너 김태현 님입니다. 7년 차인 태현 님은 자신의 일을 "안팎으로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머리를 만지고, 취향을 묻고, 스타일을 제안하는 그 모든 일을 하나로 묶으면 결국 '되고 싶은 나'를 함께 찾는 과정이죠. 눈길 닿는 일상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읽기로 상상력을 기르는 𝑹𝒆𝒂𝒅𝒊𝒏𝒈 𝑾𝒐𝒓𝒌𝒆𝒓의 이야기,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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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미리 긋기
- 고객에게 '되고 싶은 나'를 묻는 헤어 디자이너
- 눈길이 닿는 일상의 모든 것을 레퍼런스 삼는 수집가
- 읽기로 기른 상상력을 의자에 앉은 고객에게 건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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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일'을 태현 님만의 언어로 소개한다면요? 어릴 때부터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셨나요?
한 문장으로 말하면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처음부터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나 뭐 먹고살지?"라는 아주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했어요.
어릴 때 하루 열 시간씩 공부를 하느라 중학교 때쯤엔 공부에 넌더리가 났고, 그 뒤론 게임에 푹 빠졌어요. 고등학교 진학 상담 때 선생님이 "가고 싶은 학교 있니?" 하고 물으셨는데,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꿈도 희망도 없던 때였거든요. 선생님이 크게 화를 내셨고, 그제야 큰일 났다 싶었죠.
마침 어머니가 미용사세요. "여름엔 시원한 데서, 겨울엔 따뜻한 데서 일할 수 있다"고 권해주셨고, 그렇게 학원도 가고 자격증도 따고 대학까지 갔어요. 하다 보니 이상하게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현장에 나온 지는 이제 7년 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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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애정으로 태현 님의 손에 길들여진 미용 도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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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태현 님의 고객 중 한 명인데, 머리 이야기뿐 아니라 뭘 좋아하는지도 물어보시잖아요. 이렇게 고객을 알아가는 과정이 헤어스타일을 정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취향이 켜켜이 쌓이면 결국 그 사람이 향유하는 스타일로 이어지거든요. 좋아하는 문화, 공간, 사람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처음엔 큰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잡고, 대화하면서 점점 범위를 좁혀 가요. 그러다 보면 더 좋은 결과물에 닿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저도 그 사람이 속한 문화를 함께 누리며 사는 사람이니까요. 그 안에서 취향을 제대로 풀어내려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고객님께서 보여주시는 시안이 있어도 제가 하는 거니까 100% 똑같이 나오진 않아요. 저만의 스킬과 방향이 있으니, 형태는 따라가되 디테일한 포인트에서 제 느낌을 조금씩 제안 드려요. 해달라는 건 다 수용하는 편입니다. (웃음) 다만 "이게 더 어울려요" 하고 팍 잘라버릴 수 없으니까 수정하면서 타협하죠.
제 고유한 스타일을 꼽자면 생활 속에서 손질하기 편한 방향이에요. 그러려면 작업자가 더 디테일해야 해요. 고객님이 "이 부분이 늘 고민이에요" 하시면 그걸 풀어줄 수 있는 건 결국 작업자의 능력이니까요. 한 끗 차이처럼 보여도 실루엣이 확실히 달라지고, 매일 머리를 만지는 편안함도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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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대화에서 좋은 스타일을 길어 올리는 태현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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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것 이상으로 고객이 얻어 가길 바라는 게 있나요?
제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 "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봅니다"라는 문구가 있어요. 제가 만든 말은 아니고, 《뽀빠이(POPEYE)》 매거진 편집장이셨던 타카히로 키노시타 씨가 시티보이를 정의한 데서 빌려왔어요.
왠지 시티보이 하면 헐렁하고 여유로운 옷차림에 자유분방한 모습부터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키노시타 씨는 시티보이를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입는지로 정의하지 않았어요.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타인을 배려하고, 하나로 딱 정의되기보다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운 존재라고 했죠.
작업자로서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고객분께 해드리는 머리는 1차적인 것일 뿐이고, 그 스타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뭘 더 좋아하는지까지 찾아가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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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디자이너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판단 미스나 소통 오류로 원하시는 결과를 못 드렸을 때 죄책감이 제일 커요. 시간과 비용을 들여와주셨는데 말이죠. "내가 왜 그때 그 선택을 했을까" 곱씹게 돼요. 모질도 컨디션도 다 다른데 제가 모르고 더 강한 약을 썼거나, 기르고 싶은 부분을 잘라버렸거나 한 것들이요. 머리는 시간이 지나야 자라니까 그 한 번의 선택이 오래 남아요. 꿈에 나올 정도로 자책한 적도 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약제도 훨씬 많이 알게 됐고, 리스크도 줄었어요. 그리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게 제일 나아요. 당장의 수익 때문에 시도했다가 봉변당한 적이 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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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 님의 변함 없는 인스타그램 소개 글,
'되고 싶은 무엇인가를 찾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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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하는 것이나 사람들의 취향을 빠르게 아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트렌드는 어디에서 파악하고 발견하세요?
사람 구경을 좋아해요.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스타일을 정말 많이 관찰해요. 패션 에디토리얼이나 런웨이에서 먼저 나온 이미지를 셀럽이 가져오고, 그게 대중에게까지 퍼지는 흐름이 은근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대중이 가장 많은 곳이 거리와 지하철이라 거기서 제일 많이 봐요. 헤어 이미지는 영화에서 빌려오고, 기술적인 부분은 따로 공부해서 섞는 식이에요.
여행 가서도 외국 분들의 머리를 보긴 하는데, 인종도 모질도 다 달라서 그대로 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고객님들이 가져오시는 이미지를 빌려 쓰면서, 완벽하진 않아도 최대한 그 느낌을 내려고 해요.
요즘은 '00펌'처럼 이름을 많이 붙이는데, 저는 뭔가 정의해버리는 게 좀 느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웃음) 트렌드에 고객이 원하는 것까지 합쳐져서 나오는 거니까, 이름 붙일 수 없는 부분은 그냥 열어두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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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종종 공간을 추천해 주시던데요. 태현 님은 어디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시나요? 좋아하는 읽기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곳을 좋아해요. 너무 정지된 곳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면서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요즘 공공도서관이나 공공 건축은 오픈 스페이스 형식으로 많이 지어져서, 조금 떠들어도 되고 편안한 분위기예요. 너무 시끄러운 건 안 되지만요. 제가 자주 가는 곳은 양천공원 책 쉼터인데,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요즘 공간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어서 좋아요. 이곳도 턱이 없고 경사로가 완만해서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이 가기 편해요. 소음이 괜찮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아이들이 오가며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도 되거든요. 저는 이런 배리어프리 공간, 차별 없이 포용적인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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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 책이나, 초심이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책이 있나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예요. 소설가가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루키가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에세이인데, 오래 창작하는 힘과 그걸 지켜가는 태도 이야기가 가득해요. 소설가가 아니어도 웬만한 직군에 다 통하는 이야기라 더 마음에 들고요.
특히 꾸준함에 꽂혔어요. 하루키는 매일 지키는 루틴이 있고, 달리기를 비롯해 여러 운동으로 몸을 챙겨요. 직업인이라면 이런 태도가 맞다 싶었죠. 꾸준해야 롱런하니까요. 창작하는 사람은 피폐하고 반쯤 정신이 나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는 정반대로 성실해요. 깊은 이야기는 건강한 몸과 정신에서 나와야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슬럼프가 올 때면 아무 데나 펴서 읽고 덮어두곤 해요. 초심을 떠올리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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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를 매개로, 머리만 하는 곳이 아닌 미용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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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고 계신 미용실 에꾸떼에서 스크런치 워크숍, 청음회 같은 활동을 꾸준히 여시잖아요. 이런 활동을 마련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에꾸떼는 프랑스어로 '듣다'라는 뜻이에요. 원장님이 숍을 차리실 때 더 잘 듣는 살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으셨어요. 듣는다는 말이 범주가 넓잖아요. 고객의 이야기도 듣고, 음악 시스템도 잘 갖춰놔서 좋은 음악도 함께 들어요. 다양한 형태의 소리를 듣는 게 목적이에요.
그 '듣는다'를 매개로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아티스트들이 자기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고, 단순히 머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서 문화적인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프로그램까지 같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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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하는 곳이 아닌, 듣는 문화공간 에꾸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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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현 님은 요즘 무엇을 '읽고' 지내시나요? 책을 포함해서 음악, 전시처럼 일상에서 눈여겨보는 것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9시, 10시라 많이 지쳐서 책은 잘 못 읽어요. 대신 인스타 매거진을 재밌게 봐요. 요즘은 〈블라블라 매거진〉이랑 〈아워익스프레스〉를 즐겨 보는데, 청년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서 마음에 들어요. 청년 고용이 불안하고 노동자의 권익도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쓴 글을 읽으면 공감도 되고 더 잘 살아보고 싶어져요.
키라라의 음악을 자주 들어요. 우리 세대의 음악인이고, 친구들에게 있었던 힘든 일이나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대변하는 분이에요. 저는 계속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작하는 사람이 자기 안에만 갇혀 있기보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열려 있어야 하니까요.
제가 제일 관심 있는 건 제 세대인 청년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걸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잘 살아서 누구에게든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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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태현 님에게 읽기는 일에 어떤 힘을 주나요? ‘____력'으로 표현해 주셔도 좋아요.
상상력이요. 몸은 여기 앉아 있어도 읽는 순간 거기로 가게 되잖아요. 유니클로 책을 읽으면 유니클로의 첫 시작을 같이 겪어보고, 하루키의 서재나 사카모토의 작업실에도 슬쩍 다녀와요. 그렇게 머릿속에 그려본 장면들이 "나도 일할 때 이렇게 해보고 싶다"로 이어져요. 옆에서 직접 본 건 아니어도 상상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고객님의 머리를 만질 때도 마찬가지예요. 의자에 앉아 계신 동안 머릿속으로 어딘가 좋은 곳에 다녀오시면 좋겠어요. 머리가 끝나고 거울을 볼 때, 그 기분 좋은 상상이 조금은 남아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고요. 저한테 읽기가 그랬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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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 님의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무엇이든 롱런하는 꾸준한 태도를 기르고 싶다면
이 책들로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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