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쌓아가는 데 나이가 중요한가요? 몇 살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40살 정도의 차이도 괜찮다고 생각하나요? 40살 차이면 나이가 적은 쪽이든 큰 쪽이든 우정보다는 '돌본다'는 말이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곤 우정에는 돌봄도 포함되는 거라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선 40대 여성 에블린이 80대 노파 니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데요, 니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주인공인 잇지와 루스라는 두 여성의 관계 또한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온 네 명의 여성들은 물리적인 폭력 뿐만 아리나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등 주변 사람들의 폭력으로부터 서로를 지키고 격려하며 자신을 찾아갑니다. 시대와 나이라는 선을 넘은 특별한 우정을 느끼고 싶은 호록러들에게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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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일'이라는 선을 넘나들며
“출산하고 육아를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제가 출산과 육아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일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였습니다. 이 말을 듣곤 세 번 놀랐달까요. 그런 자리에서 출산육아 이야기를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그 말을 듣고 새삼 놀라는 저 자신에게 놀랐거든요. 신기한 일이에요. 조금만 둘러봐도 출산, 육아를 하고 일도 하는 주변 사람들을 흔히 보면서, 어느 선을 넘으면 쉽게 그들을 잊으니까요. 그 모임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낸, 그것도 잘해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일인데, ‘일을 잘해내고 싶다‘ ’일로 성장하고 싶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에 단순히 돈 버는 일만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서겠죠,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말을 쓰자는 움직임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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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이라는 선을 새로 그으며
이제 막 수습기간을 끝낸 디자이너가 건넨 말이에요. 이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댕-맞은 기분이었달까요. 사실 사람마다 '친하다'의 기준은 다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야 친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퇴근하고 함께 술을 마시거나 같이 회사 상사의 험담을 하면서 친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건 우리 스타일에 맞지 않고 그럼에도 좀 더 친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던 차에 디자이너 동료가 문득 건넨 말을 곱씹게 되었어요. 서로의 업무와 일상을 신경써주고, 묵묵하게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고요. 연령이나 직급, 함께해온 시간의 양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친밀함도 있다고요. 이번 기회로 '친하다'고 느끼는 범위를 넓혀 새로 선을 그었습니다. 호록러가 생각하는 친밀감의 선은 어디까지인가요? 그 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선을 그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