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지금까지, 빠르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날아왔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어딜 나가기 두려워졌는지, 극장엔 발가락만 담근 정도로 가서 본 영화는 손에 꼽고, 집에서 오티티를 켜봐도 볼 것을 담기만 했던 저는 쉴 땐 주로 멍 때리며 누워있기를 실천했네요.
주말 중 하루는 나가야 할까 싶어 근처 공원에 가도 자리를 잡기 위해서 돗자리는 필수품! 읽으려고 가져간 책은 해가 눈부시다고 자꾸 가방 안에 숨으려고 하는데, 제가 어찌 읽을 수 있을까요? 그러던 와중 누워서 볕을 가리자고 꺼낸 책을 쭉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고요? 너무 재밌어서요!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아돌프의 사랑>입니다. 뒷면의 “사랑은 나에게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라는 구절이 적혀 있어 아돌프가 말한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아돌프에게 말한 건지 궁금해 덜컥 책을 샀습니다. 사랑, 도피, 파멸을 그리는 작품은 어쩌면 휴가철에 기대하는 신선한 자극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었던 잘못된 만남을 지속하길 선택한 두 사람의 내면의 꺼슬꺼슬한 마음을 텁텁하게 보여줍니다.
식어가는 사랑의 차가움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은 어떠세요?
🍜
상반기에 어떤 책을 읽었나 리스트를 훑어보니, 예년보다 적게 읽은 대신 타율이 몹시 좋았네요. 제 게으름이 저자들의 내공으로 덮어진 기분입니다. 그중에서 꼽아보자면 <암컷들>이 가장 인상깊었네요. 읽은 책 중에서 몰랐던 사실을 가장 많이 담고 있기도 하고, 그 사실이 성별이분법이란 고랫적 가치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편견을 깨는 충격과 쾌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책을 일러 도끼 같다고 하는 거겠죠.
🍜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하반기를 계획해보자'는 야심찬 마음으로 강연 '이직의 기술 : 나만의 커리어 트랙'에 참석했습니다. 요즘 '저 분야는 이렇다더라' '저 회사는 저렇다더라' 카더라가 많길래, 진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사나 궁금했었죠. 단순한 마음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의 비밀을 하나 푼 것 아닌가 싶어요.
돈, 워라밸, 의미, 재미, 성장 중 중요한 것은 개인 삶의 사이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른 수고로움은 감내할 것. 강연을 하셨던 김나이 커리어액셀러레이터는 '한창 금융권 회사 다닐 때는 돈과 성장이 중요했어요. 나머지는 지켜지지 않았지만(특히 워라밸) 그 두 개가 충족되니 나름 만족했고요. 지금은 의미와 재미가 중요해요.' 이와는 다르게 한 참석자는 워라밸과 성장을 꼽았는데, 현 직장은 워라밸이 엄청 잘 지켜지는데 성장이 없다고요. 그럼 그 두 개 중에 하나만 골라보라는 나이님의 질문에 그분의 답변이 놀라웠습니다.
“워라밸은 나중에도 누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성장 가능성은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될 거 같아요.“
‘이제 열정도 체력도 떨어진‘ 현실에 다같이 웃으면서 울었지만, '벌써 상반기도 지나고, 한 해 다 갔다ㅠㅠ' 하는 대신 내 삶의 사이클에 집중하기로 해봅니다.
🍜
그동안 호록에서 정말 많은 콘텐츠를 추천했었는데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2023년 최고의 콘텐츠를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다른 분들이 책을 추천해 주셔서 저는 조금 다른 걸 추천해 볼까 해요. 바로 이번 상반기, 저의 재택근무를 함께한 플레이리스트 채널 'thanks for coming.'입니다 :)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스피커를 구매했어요. 매일 아침 테이블에 앉아 해당 채널에 들어가 플레이리스트를 고르고 노래를 튼 뒤 업무를 시작해요. 저는 사실 약간 산만한 편(?)이라 차분한 노래를 들어줘야 하거든요. 저 같은 분들에게 이 채널을 강력 추천합니다!
이번 주부터 장마철이라는데, '인생은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보다 비 속에서 춤추는 것'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된다면 해당 채널의 댓글들도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구독자분들의 명언이 많더라고요. 댓글 속 영감도 호록! 할 수 있답니다.
🍜
“Life is better when you SURF.” 6월에 다녀온 노르웨이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가늘게 뜨고 달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어느 서핑숍의 간판. 결국 우리 삶은 ‘SURF’에 해당하는 자기만의 무언가를 찾아가는 시간 아닐까. 올해도 절반이 지났다. 하반기에도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기를.
🍜
호록은 잠시 쉬어갑니다
책들이 편지부터 호록으로 바꾸기까지,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호록은 여러분에게 더욱 좋은 콘텐츠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당분간 쉬어가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재밌는 일들을 많이 구상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혹시라도 호록이 쉬는 동안 소식을 받고 싶거나, 작게라도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아래 링크로 정보를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