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개월, 나도 어엿한 회사원이 되었다. 프리랜서 시절에는 개인사업자라서 외로웠는데, 이제는 군중 속의 고독에 기대고 있는 나를 보며 성급하게 일반화해 본다. 외로움은 현대인과 잘 맞는 감정이라고. 다른 감정과 달리 소리 내서 외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나는 SOLO>에서 그러지 않나. “나 강 과장인데! 나 외로워! 나랑 밥 먹자!” 물론 나는 유부남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전철에서 보편성을 쌓고, 알게 된 사람들과 회사에서 공감대를 쌓는 하루하루. 일 얘기, 밥 얘기, 뒷 얘기. 하지만 얘기가 없어지는 날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분위기 안 좋은 날이 있으니. 그런 날에는 얘기가 아니라 소리가 나온다. 잔 소리, 큰 소리, 싫은 소리. 지난 한 달은 막내 수연님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해야했다.
북스톤이 첫 회사인 수연님은 지금의 팀에 가장 먼저 온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수연님의 입사 당시는 곧 퇴사할 사람만 있었던 것이다. 가엾게도. 부푼 마음으로 입사했더니 일주일 만에 혼자가 되고, 일주일 뒤 대리님이, 한 달 뒤에 내가 들어왔으니… 무엇을 가르칠 수 있었겠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업무 분담을 하고 나니 채워줘야 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과장과 막내의 옆자리 생활. 수연님을 위해서도 맞지만 내가 누군가를 ‘요즘 애들’이라는 식으로 일반화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몰라서 못하는 건 잘못이 아니니까. 배우고 익힐 기회는 선배가 주고 후배가 받아야 하니까. 나는 수연님에게 회사 전화를 받는 법부터 업무 요청, 메일 참조, 명함 교환, 문서 작성, 발표 준비, 시간 관리 따위들을 한 달 동안 가르쳤다.
얘기들과 소리들이 섞이며 우당탕탕탕탕 지나간 한 달. 수연님 입장에서는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나고 뒤늦게 시작된 학습 기간이라 그런지, 골든타임이 지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때마침 나온 신간의 부제가 가슴을 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스윙할 수 없다”, 《재즈 레터》. 25년 3월 출간된 <재즈가 너에게>의 개정판이다. 기존 원고를 더 섬세하게 다듬고, 새로운 제목과 표지를 갖췄다. 잠깐, 우리가 보낸 한 달도 개정판이었을지도?
서로 다른 연주자들이, 하나의 음악을 이루는 재즈 이야기. 그들은 공연이라는 일로만, 소리낼 때만 잘 맞았을까? 무대 아래에서 각자의 얘기도 서로 나누지 않았을까? 물론 팀마다 공연마다 다르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쩌면 일을 재즈로 비유하는 게 애초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고. 나는 단지 ‘언젠가는 함께 공연을, 그러려면 처음부터 운지법을 잘 배워야 해.’라는 바람이다.
오늘은 금요일, 이틀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떴다. 마침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티켓을 못 구해서 슬프지만 모처럼 월요일까지 휴일이니 기쁘고, 기쁘니까 스윙하려 한다. 주말은 푹 쉬고 새빨간 월요일에 새파란 《재즈 레터》를 읽어야지. 김민주 작가님의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서. 한 달 동안, 무수히 흔들렸으니까, 스윙~